Episode-2
열차끝쪽 노약자용 3열좌석앞에 서있었다.
출입문쪽에 서있던....한 어르신이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어떤 여자분께 호통을 친다.
"젊은 사람이 거기 왜 앉아!!! 앞에 어른 안보여? 얼릉 일어나!!!! 요즘 젊은사람들은 왜들그래? 일어나!!"
앉아있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줌마! 거기 앉아요!! 요즘 젊은것들은 어른이 앞에 있어도 일어나질 않아!! 가정교육을 잘받아야해!!!!"
고개를 숙인채 서있는 여자분을 계속 노려보며.....큰목소리의 호통이 이어진다.
그때 서계시던 아주머니가 입을 연다.
아저씨...여기 새댁 임신해서....몸 힘들까봐 제가 앉으라고 했어요....
그말을 듣자. 호통치던 이는 여자의 배를 내려다본다. 나역시도 그녀의 배쪽을 보니...많이 불러있다.
아. 그럼 앉아가야지...새댁. 앉아요 앉아...내가 몰랐네.....응? 어서 앉아요 사람 많이 타네요...
어느순간 그 아저씨의 말은 존대가 되어있다.
아녜요...괜찮아요.
계속되는 권유에도 여자는 끝내 자리에 앉지 않는다.
기분이 많이 상했을것이다. 많은 이들 앞에서 무안했을 것이다.
그것이 여자인 것이다.
'버릇없는 젊은이' 에게 큰목소리로 호통치며 훈계하려던 그 아저씨역시,
무안했을 것이다. 미안했을 것이다.
훗날 비슷한 상황에서...호통을 치기전...잠시라도 '젊은이' 를 살펴볼것이다. 어디 불편한곳은 없는지.
아니 어쩌면, 오늘의 일은 잊은채.....같은 상황에서 무조건 호통부터 치게 될런지도 모른다.
버릇없는 젊은이들에게 어른의 훈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을 실천할 것이다.
그것이 어른인 것이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들은 주변의 많은 사람중엔....
나처럼 글로써 남기는 이가 있을것이며....직장동료들과의 얘깃거리로 삼을 이도 있을것이며..
그냥 그런가보다....전혀...조금도...마음에 담지 않는 이도 있을것이다.
그것이 세상인 것이다.
여자는 크게 속상했을 것이다. 임신한 몸으로 여전히 직장일을 해야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펐을 것이다.
평생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자신의 남편이 미웠을것이다. 서운했을것이다.
어쩌면 오늘 저녁....남편에게, 아침일을 얘기할 것이다.
어쩌면 대화도중 자칫....자기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는데? 맘에없는 말이 잘못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순간. 아차 싶을것이다. 순간. 남편에게 미안할 것이다.
순간......그에게 고마웠던, 그와함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릴것이다. 그에게 감사할 것이다.
그것이 아내인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남편은 속이 뒤집힐 것이다.
임신중인 아내에게 면박을 주었던 그놈을 찾아가 주먹다짐이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중에, 자신에게 해준게 뭐가 있냐는 아내의 말에 순간 화가 치밀 것이다.
그래..임신중에도 맞벌이를 하게 했으니....할말이 없을것이다. 알수없는 화가 복받쳐 밖으로 나갈것이다.
아내에게 미안하고...속상하고.....화까지 내고 나온터라....더없이 속내가 불편할 것이다.
그렇게 서글픈 심정으로 담배 한개비 깊게 태울것이다.
그것이 남편인 것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는 말..
예술이 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인생은 확실히. 정말 너무할정도로 짧은것이다.
그 짧은 시간을...내 이웃과 가족에게.. 화내고 싸우며 욕하는 것으로 채워가는건 덧없고 부질없을 것이다.
지하철 그 아저씨....인상쓰며 노려보며 호통치는 것보다는...조금은 부드럽게 말했어도 되었을 것이다.
저기 아가씨...앞에 아주머니 계신데 자리좀 양보해줄수 있어요?
그랬더라면...그 여성의 몸이 불편함을 뒤늦게 알게 되더라도....덜 미안했을 것이다. 웃을수있었을 것이다.
낯선 내 이웃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의 하루도....다른이의 하루도 최소한....불편하게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글로써만 의견을 교환하는 웹상에서....차갑게 날이 선 글들을 많이 볼 것이다. 쓰는 이도 있을것이다.
상대의 입장을 한번더 생각해본 후에....조금은 더 부드럽게 의견을 전하고 글로써 남긴다면.....
지금보다는 최소한 다툼이 줄을 것이다. 마음 상하는일이 적어질 것이다. 편안하고 따뜻해질 것이다.
그래. 누구에게나 속상한일 답답한일 억울한일 괴로운일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늘 웃는 얼굴로....밝은 미소로 생활하는 이들을 볼수있을 것이다.
웃자.
조금만 마음을 열고...조금만 생각을 바꾸면....허허~하고 웃는일이 그리 어렵지 않음을 알수 있을것이다.
먼 훗날 살아온 길 뒤돌아 봤을때....치고박고 싸웠던 삶보다....웃으며 지내온 세월이 더 흡족할 것이다.
짧디 짧은 내 인생에게....내 삶에게....
최대한 밝은 기억과 추억...환한 미소가 담겨진 시간만 남겨주도록 노력해보자.
짧게 주어진 내 삶을 위한 최대한의 배려가 될것이며....현명한 선택이 될것이다.
그것이 나 자신과 더불어, 내 이웃의 삶까지도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웃자.
웃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