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짧지 않은 생애 중 거의 유일하게 잘한 것이 있다면 알파인을 타게 된 것이다.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보드를 너무 늦게 배웠다는 것일 것이다. 어쨌든 필자도 이제 알파인 5년차에 접어 들고 있다.
글 써 본지도 오래 되었고, 5년차를 맞이하는 일종의 자축으로 하나마나한 글을 하나 써 보고자 블로그에 로그인해 보았다.
이 글은 기존 글에서 거의 발전한 것도 없고, 기존 글의 재탕 삼탕이 많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나의 의미를 굳이 찾고자 한다면 기존 글들의 집대성 내지 중요한 점을 다시 강조하는 정도의 의미일 뿐이며, 알파인을 배워 나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유념해야 할 사항들,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술과 좀 더 풍성하고 자유로운 라이딩을 위한 기술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짚고 넘어가는 글이 될 것이다.
또한 이 글은 지극히 필자를 기준으로 하는 주관적인 생각이 담긴 글로서 1차적 목적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이 말은 본 글이 객관적인 알파인 기술문서로는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라이딩 스타일에서는 로테이션을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필자는 로테이션을 매우 중시하는 스타일이므로 어떤 라이더에게 이 글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 또한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셨으면 한다.
제I장. 펀더멘탈 테크닉
알파인을 시작함에 있어 다른 무엇보다 그 근간을 이루는 기술은 베이직 로테이션 턴과 앵귤레이션 연습이라 할 수 있다.
많은 보더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중 한 가지는 이 두 가지 기본기술이 초급 때나 연습하고 웬만큼 할 수 있게 되면 머리 속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다. 특히 베이직 로테이션 턴의 경우는 그러하다.
베이직이라는 용어가 초급들이 사용하는 기술이라는 뉘앙스 인지는 몰라도 이 두가지 기술은 초급시절 마스터해서 당신의 알파인 인생 전체를 지배해야 하는 근본적인 기술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한 것이다.
이후의 모든 기술적 사항은 바로 이 두 가지를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덧붙여 지는 기술들일 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 베이직 로테이션턴 (Basic Rotation Turn)
보드의 회전운동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로테이션 턴은 프리스타일을 배우던 알파인을 배우던 가장 먼저 하고 넘어가야 하는 기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필자같이 그리 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프리에서 좀 탔다고 알파인 전향 그 날 부터 날 세우겠다고 삽질한 전력이 필자는 아직도 통한스럽다. 단 며칠만 했으면 이후 과정이 좀 더 빠르고 편했을텐데 말이다.
베이직 로테이션 턴은 시선으로 시작한다. 턴 안쪽으로 시선을 이동하고 어깨와 팔이 따라 돌고 허리, 골반, 다리가 따라 돌아 결국 보드를 돌게 하는 기본적인 추진력이다.
백사이드는 가슴이 보드의 노즈를 향할 정도로, 프론트는 프리스타일을 타듯, 가슴이 턴 안쪽으로 향할 정도로 강력한 로테이션을 하며 연습해야 한다. 이것은 프리에서 전향한 많은 보더들이 겪는 백사이드에서의 알프리 자세를 고치는데도 효과적이다. 알파인의 백사이드는 신체가 전방을 향한 상태로 행해진다는 것을 느껴야 하고 몸으로 익혀야 한다.
물론 로테이션을 강조하지 않는 알파인 스타일도 존재하는 것 같다. 필자는 이론적으로 알파인을 공부한 적도 없고 배워 본 적도 없으나 시기그라브너 같은 레이서들의 경우엔 로테이션을 그리 중시하지 않는 것 같다. 속도를 향상시키는데 있어 그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 시킬 것이라는 유추에서 그것은 일견 당연하다.
필자 역시 충돌이나 급회전의 급박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 상체로테이션을 비롯해 상체의 움직임을 최소화 하면서 그 상황을 돌파하게 되는 것으로도 일정 상황에서는 로테이션이 최소화되는 것이 엣지전환 측면에서나 속도에서나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속도가 최우선이 아니라 즐기고 멋진 라이딩을 목표로 하는 필자같은 평민보더들에겐 로테이션은 매력적이다. 로테이션을 통해 보다 멋진 자세, 보다 타이트한 턴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상급 슬로프에서의 안정적인 보드 콘트롤과 속도 제어에 있어 로테이션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이다.
로테이션은 이 베이직 턴에서 부터 온갖 상급라이딩 스킬의 근간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로테이션은 어느 순간 연습하고 그만 두는 기술이 아니라 보딩인생 전체를 통틀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근본적 기술인 것이다.
2. 앵귤레이션 (Angulation)
베이직 로테이션턴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싶으면, 베이직 로테이션턴에다 앵귤레이션을 가미해 보자.
앵귤레이션은 단순하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어코디언처럼 턴의 내측 옆구리는 펴고 외측 옆구리는 접는 것이다. 턴의 외측 팔은 앞발 바인딩 쪽으로 내리고, 내측 팔은 높이 드는 것이다.
앵귤레이션이 베이직 로테이션 턴에 가미되기 시작하면 프론트 사이드에서는 베이직 로테이션 턴을 할 때 만큼의 과도한 로테이션은 필요없다. 왜냐 하면 알파인 바인딩 각도상 프론트에서는 이미 턴 안쪽으로 45도 가량 이미 로테이션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반대의 이유로 백사이의 로테이션은 여전히 강력해야 한다.
왜 이 연습을 하는가? 상체의 체중이 가능하면 엣지 위로 많이 실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 연습을 하면서 기계적으로 외측 팔을 앞발바인딩을 잡는 행위를 하거나 상체를 세우는 행위 자체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자세를 통해 내 온 체중이 보드의 엣지 날에 집중되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필자의 경우 이러한 이미지를 위해 가슴(정확히는 명치)로 보드 가운데 엣지를 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연습하였다.
이 훈련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앵귤레이션을 통해 체중을 점점 효과적으로 엣지에 싣게 되면 엣지그립이 커진다. 전체적으로 슬립되는 와중에 점차 엣지로 진행하는 구간이 늘어나게 되며, 라이딩 속도는 조금씩 빨라진다. 엣지그립과 빨라진 속도로 원심력이 약하게 생기게 되며, 이젠 턴을 하는 과정에서 원심력에 밀려나지 않도록 턴 안쪽으로 몸 전체가 조금씩 기울어지게 된다(다시 말해 인클리네이션이 가능하게 된다).
인클리네이션이 커짐에 따라 이젠 가슴으로 엣지를 직접 누르는 것은 가능하지 않게 된다. 이젠 가슴은 슬로프를 수직으로 누르고, 수평방향의 원심력과의 합력으로서, 체중과 원심력둘 다를 이용해 엣지를 누르는 느낌으로 연습한다.
여기까지 진행되었다면 이젠 인클리네이션과 앵귤레이션은 서로를 순환적으로 발전시킨다. 좀 더 큰 인클리네이션은 좀 더 큰 앵귤레이션을 만들어 내고, 엣지그립이 더 높아지며 더 깊은 인클리네이션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어 결국 인클리네이션은 골반이 설면에 닿아 더 이상의 인클리네이션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강력한 인클리네이션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중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앵귤레이션에 의해 발생되는 체중에 의해 엣지에 가해지는 프레스보다, 원심력에 의해 발생되어 엣지에 가해지는-그립이 충분해 밀리지 않는다면- 프레스가 더 커지는 시점이 오게 된다.
이론적으로 알파인 고수의 카빙 한턴에서 발생하는 원심력은 3G(중력가속도)로 라이더 체중의 약 3배에 이르는 강력한 프레스를 발생시킨다.
(이는 다시 말하면 원심력을 중시하는 펀카빙스타일에선 라이더의 체중이 전혀 중요 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체중이 50kg인 여성일지라도 속력와 중력을 활용하면 150kg의 프레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체중이 중요하겠는가? 그러나 계속되는 프레스를 견딜만한 체력은 중요하겠다. 필자는 요즘 평일 3시간 전투보딩이면 그 피로와 여파가 다음 날까지 간다. 근데 더 큰 문제는 그런 다음 날도 다시 스키장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결국 위의 단순한 두가지 기술의 연습만으로도 기본적인 기술적 스킬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 하자면, 어떤 분들은 근본적인 기술부분에서 업다운이 빠졌다고 말할 것이다. 실제로 슬로프에서 만나 본 알파인 입문자나 2년차 정도의 라이더들 역시 업다운을 중시하고 있다. 흔히 지금도 카빙에 대한 글에서 업다운이 카빙의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말해지고도 있다.
필자는 예전 카빙에 대한 단상 #3 라는 글에서 업다운에 대한 생각을 버리라고 말한 바 있다.
필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으로 업다운은 아예 신경도 쓰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다운하면 프레스가 커진다라던가 다운에서 업이 되는 순간 프레스가 풀린다라는 생각은 라이딩기술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진정한 프레스라는 위에 말한 앵귤레이션과 원심력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단순히 무릎을 굽히고 몸의 자세를 낮추는 것에서 오지 않는다. 몸의 자세를 낮추고 무게중심을 낮추는 진정한 방법은 또한 앵귤레이션과 인클리네이션에 의한 것이다.
혹자는 누군가의 사진을 필자에게 들이밀며, 이렇게 무릅을 많이 굽혀 낮은 자세로 다운하고 있는 이 사람은 하수냐? 라고 항의 할 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다운자세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 그 사람이 그렇게 프레스가 강력하고 라이딩이 뛰어난 것은 결코 다운을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고 체중을 엣지로 싣고 원심력을 활용하는데 무릎을 많이 굽힌 자세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본질이 다운이라는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운프레스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라. 그런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물리적으로는 존재할 수도 있으나 당신이 알파인을 타는데 하등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거 하지 않아도 당신은 턴을 하고 엣지전환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한다. 업다운은 잊어라. 아예 신경을 끊어라. 다리의 굽힘은 당신이 힘들지 않을 정도, 불규칙한 설면에 부드럽게 대처할 정도로 유지하면 충분하다. 다리를 굽히고 편다는 의식 자체를 버려라. 앵귤레이션을 통해 진정으로 프레스를 가하는 그 느낌만을 추구하라. 그러다 나중에 다운자세가 더 당신에게 편하다고 느껴진다면 그때 자신만의 자세를 만들어라.
제II장. 의식 (Consciousness)
위의 제I장에서 라이딩의 근간이 되는 두 가지 테크닉에 대해 알아 보았다. 이 장에서는 라이딩시에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심리적 의식에 대해 얘기해 보자. 이건 펀더멘탈 테크닉과 함께 라이딩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1. 불쾌감 (Discomfort)
알파인을 익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불쾌감에 대한 인지와 그 불쾌감을 없애려는 스스로의 노력이다. 알파인을 배워나가는 과정은 한마디로 '불쾌감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위의 두가지 기술을 연습함에 있어 아주 다양한 불쾌감이 발생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불쾌감, 역엣지가 발생하려는 듯한 불쾌감, 턴이 터지는 불쾌감, 턴 중에 엉덩이가 빠진 듯한 불쾌감, 턴에서 턴 바깥쪽으로 밀려 날아갈 것 같은 아주 기분 나쁜 불쾌감, 상급 슬로프만 올라가면 턴진입이 힘든 불쾌감, 턴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고 그냥 미끄러지는 불쾌감 등등, 한마디로 '아, 더럽게 안되네' 정도의 좌절 내지 기분 나쁨 등의 감정이 바로 그것이다.
마음 먹은대로 잘되면 유쾌하고, 잘 안되면 불쾌하고 또는 다른 사람들이 잘 탄다고 하면 유쾌해지고 별로라는 말을 들으면 불쾌해지는 그런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느끼는 라이딩의 뭔가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을 말하는 것이다.
필자를 믿어라. 당신이 제대로 하고 있다면, 고수라면 라이딩 중 불쾌함이나 불안함이 거의 없다. (이 말은 필자가 불쾌감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지난 5년간 독학하면서 이러한 불쾌감을 없애왔고 지금도 그리하고 있는 중이다.) 유쾌함과 심장이 터질 듯한 쾌감이 라이딩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불안함, 불만족, 불쾌함이 라이딩 중에 느껴진다면 그건 당신이 명백하게 뭔가 잘못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무엇을 어떻게 잘못하고 있는가? 무엇을 근거로 이 잘못을 교정해야 하는가? 필자의 경험으로는 아래 두 가지의 기준으로서 거의 대부분의 불쾌감은 교정되고 제거 될 수 있다.
2. 가운데 탄다는 것
여러분이 어떤 스킬을 연마하던지 간에 가운데 타고 있다는 걸 의식하는 걸 멈추어서는 안된다. 가운데 탄다는 의미는 무게중심이 보드중앙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턴 중에 엉덩이가 빠졌다는 느낌이라거나 상체가 턴 밖으로 쏠려 턴 튕겨져 나갈 것 같은 느낌이라던가 하면 그것은 무게중심이 보드의 폭을 벗어나 있다는 의미이다. 가장 좋은 교정법은 이러한 불쾌함이 없어지는 자세로 끊임없이 도전해 보는 것이다.
엉덩이가 빠진 느낌이라면 그 만큼 상체를 움직여 무게중심을 이동 시키거나 로테이션을 좀 더 강력하게 하고 무릎을 덜 굽힘으로서 엉덩이의 빠진 느낌이 없는 자세를 찾아내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불쾌감이 없어지는 그 자세를 찾을 때까지 계속 도전하는 것이다.
경사가 좀 있는 슬로프에서 턴이 터지거나 보드 앞이나 뒤가 떨린다거나 턴후반부 턴이 늘어지고 속도가 붙는다거나 하는 그 모든 현상은 무게중심이 보드의 앞이나 뒤쪽으로 쏠려 있다는 의미이다. 좀더 상체를 좀 더 앞으로 끌어 온다던가 체중을 적극적으로 전후로 이동시켜 보면서 그러한 불쾌감이 없는 포지션을 또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제대로 가운데 타고 있을 때에는 급경사에서도 턴의 정점에 이르면 보드의 중앙을 제대로 밀어내고 있는 느낌과 함께 인클리네이션은 최고에 이르며 라이딩 속도는 제로에 가까워질 정도의 안정된 컨트롤을 느낄 수 있다.
보통 스스로 현저한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외부의 자세로 드러나게 된다. 숙련된 알파이너가 그것을 알아채고 지적해 줄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불쾌감에 대해 토론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불쾌감은 외부에서 알기 힘든 경우가 있고 또는 필자처럼 거의 독학을 하는 경우엔, 이런 불쾌감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자신의 끊임없는 도전정신만이 그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턴중에 무게중심이 전중후로 이동한다는 디테일한 부분은 얘기하지 않겠다. 그것은 보드 가운데 탈 수 있을 때나 얘기할 수 있는 것이고, 가운데 타기 시작하면 스스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3. 부드럽고 아름다운 궤적을 그린다는 것
다른 불쾌감으로는 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한다거나 상급경사에서 엣지전환이 원활하지 않다거나, 엣지전환시 휘청하는 느낌과 함께 역엣지의 공포가 밀려 올라 오는 경우는 턴궤적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이 부분은 시선의 역할이 근본적이라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다만 시선얘기로 시작하면 대부분의 입문자들은 으례 하는 얘기정도로 흘려 듣고 시각화가 잘 되지 않는 듯 하다. 궤적얘기로 하면 시각적으로 연상이 되기 때문에 흥미를 보이곤 했다).
보통은 엣지전환 후 턴을 서두르는 경우 이러한 현상이 많이 나는데 속도가 빠를수록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특히 상급 슬로프에서 이런 현상을 많이 겪게 되는데 그 근본적인 원인은 보드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드는, 특히 GS보드는 일단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자신의 길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강력한 경향을 보인다. 이런 와중에서 급하게 엣지를 전환하고 보드를 돌리려고 한다면 보드는 보드는 가던길을 계속 가려고 하고 라이더는 돌겠다고 보드의 방향을 힘과 체중으로 억지로 바꾸려고 하는데서 오는 부조화의 결과이다. 속도가 시속 수십킬로에 이르는 보드의 방향을 힘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무모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라이딩의 궤적은 부드럽고 끊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우선 엣지전환 이후 턴에 진입한 경우엔 보드는 사이드컷을 따라 스스로 돌기 시작한다. 라이더는 보드의 가운데를 지키며 원심력과 프레스를 통해 보드를 능력껏 휘어낼 수 있다. 보드가 많이 휠수록 사이드컷 반경은 작아지는 효과를 내며 턴반경을 조절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보드이 사이드컷과 라이더의 프레스 능력에 따라 보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운데에서 지켜 주기만 하면 된다. 또한 보드를 가고자하는 방향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라이더는 프레스와 보드의 휨정도를 조절해 주는 것으로 족한 것이다.
문제는 엣지전환구간이다. 엣지전환가 동시에 턴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우선 버려야 한다. 엣지전환구간은 도는 구간이 아니라 직진구간으로 생객해야만 한다. 한턴을 마무리하고 부드럽게 직진하면서 시선은 보드의 노즈쪽에서 먼 거리의 슬로프 또는 슬로프 안전망을 향해야 한다. 슬로프하단에 사람이 있는지 장애물이 있는지는 엣지전환 직전에 확인해 두고 엣지전환에 진입할 바로 직전의 시선은 노즈쪽 슬로프 펜스를 향해야만 하는 것이다. 절대로 슬로프 하단을 응시하지 말아라. 그것은 엣지전한후 급격하게 회전하겠다는 신호이며, 보드는 그것을 거부할 것이다.
이러한 시선처리의 유용한 점은 아무리 급경사의 슬로프라 할지라도 보드가 직진하고 있고 그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면 최소한 엣지전환의 순간은 슬로프를 거대한 평지로 만들어 버린다. 그냥 가고 있는 길에서 엣지만 바꿔 주면 되는 것이다. 상급 슬로프에서 프론트 사이드로 잘 전환하지 못하는 케이스는 거의 대부분 시선을 슬로프 하단에 두고 엣지전환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엣지를 바꿔주고 라이더가 억지로 돌리려고 하지 않아도 보드는 자신의 사이드컷을 따라 알아서 회전하기 시작한다. 라이더는 이 회전하는 보드에의 가운데에 프레스와 원심력을 가해 보드를 휘어 줌으로서 보드에 적절한 턴반경을 알리는 것으로 라이더와 보드는 조화롭게 턴을 이뤄내는 것이다.
이 두가지 가운데 탄다는 것과 부드러운 궤적을 그려낸다는 것은 위의 1장의 스킬을 연습한거나 이후 다른 어떠한 기술을 연마할지라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되는 사항임을 명심해야 한다.
1장과 2장을 종합해 다시 말하자면, 가운데 탄다는 것과 부드러운 궤적을 그려낸다는 것을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로테이션턴을 앵귤레이션을 하면서 연습하면서 불쾌감을 제거해 나가라, 바로 이 말이다. 필자는 이러한 방법으로 초급 슬라이딩 턴에서 카빙턴에 이르는 전과정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올해 입문한 보더라면, 또는 지금까지 설명한 불쾌감이나 정상적인 느낌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일단 여기까지만 읽고 지금 즉시 슬로프로 나가라.
제III장. 위 과정에 도움을 줄 만한 기술과 추가 기술들
위 4가지를 의식하는 한 당신은 어떤 기술이라도 흡수해 낼 수 있게 된다. 또한 즐기러 보드를 타러 갔는데 위 4가지만 주구장창 연습하는 건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보딩을 풍성하게 자유롭게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자잘한 기술을 간단하게 언급만 하고자 한다.
1. 산돌기
산돌기는 카빙의 감을 익히기 위한 가장 강력한 연습방법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방법이기에 자세한 언급은 피한다. 다만 이것만 말하고자 한다.
산돌기를,
로테이션과 앵귤레이션을 하면서 온 체중이 보드 가운데 위치하는 느낌이 제대로 들 때까지 불쾌감을 제거하면서 제대로 연습해라.
2. 다운언웨이팅-크로스언더 엣지전환
이름은 매우 장황한데, 핵심만 말하면 엣지전환시 리바운드를 이용해 다리를 접어 보드를 넘기는 기술이다. 전혀 어려운 기술이 아니며 단 며칠간의 연습으로 꽤 익숙해 질 수 있다.
간단한 기술인 반면 그 효과는 매우 대단한다.
엣지전환이 신속하며, 보드의 각을 턴초반에 급격하게 높일 수 있어 턴반경이 작아지며, 거친 슬로프를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 급경사 라이딩을 용이하게 만들며, 턴 턴트롤이 좋아져 인파와 장애물로 부터 좀 더 자유로와 질 수 있다.
이 기술은 라이딩의 자유로움에 큰 한발을 딛게 할 것이다.
이 기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푸쉬풀턴에 대한 소고#2의 후반부에 연습방법을 비롯해 자세히 언급하였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이 기술을 어느 정도 실력이 되었을 때 익히는 기술로 생각하지 말아라. 그냥 틈틈히 라이딩에 싫증이 나거나 사람이 많아 제대로된 연습이 불가능하거나 할 때마다 연습해라. 그리고 점차 로테이션과 앵귤레이션을 하면서 엣지전환을 이 기술로 해 보는 연습을 하라. 이 기술은 다른 기술들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라이딩 수준들을 한층 끌어 올려 줄것이다.
3. 팔과 손
손의 경우 자신에게 편한 자세가 가장 좋은 자세일 것이다. 필자도 알파인 동영상을 보면서 참 다양한 손자세가 있구나 하고 놀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손을 쭉 펴는 사람, 주먹을 쥐는 사람, 주먹을 쥐고 검지만 펴는 사람, 손을 쫙 벌리는 사람, 손등을 전방으로 하는 사람 등등 참으로 다양하다. 어떤 손자세도 좋지만 힘없이 손을 늘어뜨리거나 어쩡쩡하게 손가락을 굽히는 자세는 전체적인 라이딩을 멋없이 만들기도 한다. 필자도 요즘 이 손과 손목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팔의 경우 위의 앵귤레이션을 제대로 연습했다면 보통 턴 외측 팔은 앞발 쪽 바인딩에 가깝게 내려 위치하고 내측 팔은 수평에 가깝게 들어 올려져 있을 것이다.
앵귤레이션을 활용한 라이딩에 좀 익숙해 지면 아마도 그를 응용하는 다양한 라이딩 스타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팔은 그러한 라이딩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엣지전한 후 팔의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스타일의 라이딩 자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익스트림 카빙을 연습한다면 외측팔을 턴 안쪽으로 초반에 끌어 들임으로서 상체 로테이션을 크고 강하게 만들고 상체가 슬로프쪽으로 먼저 떨어지게 할 수 있다. 양팔을 과장된 앵귤레이션 자세를 오가는 리드미컬하면서 크게 흔든다면 춤 추듯 경쾌한 미들턴 스타일도 가능하다. 심지어 어떤 라이더는 외측팔을 크게 흔들며 엣지전환을 좀 더 쉽고 경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반적이며 공통적으로 팔의 벌린 넓이는 가슴이 열리지 않는 정도-즉 어깨가 뒤로 제껴져 가슴이 오픈되지 않는 정도의 넓이가 적절하다. 자신의 라이딩 사진을 보았을 때 팔의 자세가 애매하다면 스키의 연습법 중 큰 항아리를 가슴에 품고 가는 듯한 이미지로 연습하면 좋다. 바인딩 위치가 레귤러라면 왼손은 턴을 리드하는 듯한 기분으로 팔의 포지션을 잡아라.
어떤 라이딩 스타일에 매료된다면 우선 그 팔의 움직임과 위치를 주시해 보라. 턴 스타일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이니셔티브는 팔의 영향이 꽤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4. 엣지관리 기술
필자가 알파인을 타면서 가장 후회했던 것이 바로 엣지관리를 직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작년 부터 엣지정비를 직접 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가히 놀랄 만하다. 무엇보다 엣지정비를 직접함으로서 가지는 이점은 다름 아닌 자신감일 것이다. 웬만한 빙판 상황에서도 잘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자신감-실제로도 잘 밀리지 않는다-은 라이딩의 질을 틀리게 만든다. 필자는 간단한 엣지정비 도구를 사용해 3,4일에 한번씩, 좀 상처가 있다고 느끼는 날은 그날 즉시 엣지정비를 하고 있다.
요즘은 간단하고 저렴한 툴도 출시되어 엣지정비를 스스로 한다는 것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절대 못하겠다는 사람은 할 수 없지만 사용하지 않는 보드를 이용해 몇번 연습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마음에 드는 정비가 가능하다.
제IV장 연습과정
위에서 구구절절이 많이 써 놓기는 했지만 이 것은 순차적인 것도 아니고, 앞단계가 완성되어야 다음단계를 넘어 갈 수 있는 무슨 건곤대나이 신공이나 구양진경 같은 무공은 아니다.
필자의 연습방법은 세션의 개념을 이용한 방법이었는데 예를 들어 한시즌을 두세션으로 나누어 1 세션에서 위의 내용을 대충대충 다 섭렵한다. 2세션 역시 위의 내용을 반복 섭렵한다. 그러나 2세션은 분명 1세션과는 다를 것이다. 슬라이딩 턴으로 1세션을 마쳤다면 2세션은 초급 카빙수준이 되어 있을 것이고, 다음 시즌 3세션에서는 더 향상된 카빙스킬로 올라와 있을 것이다. 한 세션이 끝나면 이 말을 꼭 기억해라. "BACK TO THE ROOT".
아마 굳이 필자가 강조하지 않아도 세션을 마칠 때 마다 스스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느낄 것이고 그게 결국은 기본임을 알게 되고, 스스로 다시 연습하고 라이딩의 끝이 없음에 보다 겸손해 질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과정도 결과도 말이다. 필자는 불쾌감이 하나씩 제거 될 때 마다 무한한 즐거움을 느꼈고, 이 글을 작성하는 것도 또한 무척 즐겁다.
초고: 2008.12.11
오탈자 수정: 2008.12.15
1차내용추가: 2008.12.22